미갈 – 다윗과 사울왕의 딸

남편이냐 아버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 다윗과 미갈의 불편한 진실

성경에 기록된 다윗의 공식적인 아내는 총 8명이었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왕들 중에서도 많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이스라엘 1대왕 사울 왕의 딸, 이스라엘의 공주였던 미갈도 있었다. 미갈은 결혼 전부터 이미 다윗을 사랑하고 있었는데 미갈이 다윗과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아버지 사울 왕이 다윗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덕이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사울 왕은 거인 골리앗을 무찌르는 자에게 많은 재물과 함께 자신의 딸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다윗을 견제했던 사울 왕이 그만 딸 메랍을 다른 사람에게 시집 보내버린 것이다.

“사울의 딸 메랍을 다윗에게 줄 시기에 므홀랏 사람 아드리엘에게 아내로 준 바 되었더라” (삼 18:19)

언니였던 메랍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게 된 후에, 미갈이 다윗을 사랑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사울은 이 일을 올무로 삼아 다윗을 죽이고 싶어했다. 그래서 자신은 어떤 결혼 예물이나 폐백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대적을 백명 죽이기를 원한다고 다윗에게 말한다. 사실 사울의 속내는 당시에 강한 적이었던 블레셋 사람들과 반복적으로 싸우게 하여 그 과정에서 다윗이 자연스럽게 죽기를 원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사울의 바램과는 달리 이 일을 기쁘게 여긴 다윗이 만기가 다 차기도 전에 요구했던 백명의 목숨이 아니라, 이백명의 목숨을 죽여 그 증표를 가지고 오자 사울은 다윗과 미갈을 결혼시켜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갈의 입장에서는 뛸 듯이 기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갈의 사랑은 시작부터가 불안했다.

“여호와께서 다윗과 함께 계심을 사울이 보고 알았고 사울의 딸 미갈도 그를 사랑하므로 사울이 다윗을 더욱 두려워하여 평생에 다윗의 대적이 되니라” (삼 18:28 ~ 29)

평생에 대적이 되었다는 성경의 표현과도 같이, 아버지였던 사울 왕이 다윗을 죽이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남편과 완전히 원수가 된 아버지. 더구나 원수 정도가 아니라, 그 남편을 죽이려는 마음을 먹은 상황이니 지금 시대 고부간의 갈등은 저리가라 상태이다. 그러던 중 기어코 일이 터진다. 사울 왕이 수금을 타고 있던 다윗을 향하여 단창을 던진 것이다. 다윗은 가까스로 피하여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이때 집에 돌아온 다윗에게 미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윗의 아내 미갈이 다윗에게 일러 가로되 당신이 이 밤에 당신의 생명을 구하지 아니하면 내일에는 죽임을 당하리라 하고 미갈이 다윗을 창에서 달아내리우매 그가 도망하여 피하니라” (삼 19 :11~12)

결론적으로 미갈의 이런 선택은 훌륭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울 왕은 다윗을 죽이고자 굳게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그의 결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이어지는 내용을 보자.

“미갈이 우상을 취하여 침상에 뉘고 염소털로 엮은 것을 그 머리에 씌우고 의복으로 그것을 덮었더니”(삼 19 :13)

미갈은 다윗을 내보낸 후에 다윗이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우상을 취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것이 있다.하나님을 믿는 이스라엘은 우상 숭배는 물론 우상을 소지하는 것 또한 금기시하고 있었을텐데 도대체 이 밤중에, 그것도 이스라엘 왕궁에서 저 우상은 어디서 났단 말인가? 아무튼 어딘가에서 우상을 가져와 사람처럼 꾸민 미갈에게 머지 않아 사울이 보낸 사자들이 도착한다.

“사울이 사자들을 보내어 다윗을 잡으려 하매 미갈이 가로되 그가 병들었느니라 사울이 또 사자들을 보내여 다윗을 보라 하며 이르되 그를 침상 채 내게로 가져오라 내가 그를 죽이리라”(삼 19:14~15)

미갈은 다윗을 죽이러 온 사람들에게 그가 병들어서 나가지 못한다고 둘러댔지만, 아버지 사울 왕이 그렇다면 침상 채 들어 다윗을 데려오라고 명령함으로써 거짓말이 들통나게 된다. 다윗을 죽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사울이 침대에 다윗을 대신해 누워있는 우상을 보고 얼마나 분노했을 것인가?사울은 화가 나서 미갈을 다그치며 다윗을 가리켜 말하기를 ‘내 대적’이라고 칭한다. 사울에게는 이미 다윗이 자신의 사위이며, 딸인 미갈에게는 남편이 된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미갈은 다윗이 말하기를 다윗을 놓아주지 않으면 자신을 죽이겠다고 했다며(사실은 이와 정 반대되는 말을 자신이 다윗에게 했다) 지혜롭게 둘러대서 당장의 화는 면했으나 이일 후로, 미갈과 다윗의 결혼은 그 자체가 아예 없던 일이었던 것처럼 되고 말았다. 다윗은 사울에게 쫓겨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고 미갈은 갈림에 사는 라이스의 아들 발디에게 강제로 시집을 가게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다윗이 왕이 된 이후였다. 사울의 군대장관 아브넬과 언약할 때에 다윗은 중요한 거래조건 중 하나로 미갈을 다시 데려올 것을 요구한다. 이에 관한 성경의 기록을 살펴보면

“다윗이 가로되 좋다 내가 너와 언약하려니와 내가 네게 한 가지 일을 요구하노니 나를 보러 올 때에 위선 사울의 딸 미갈을 데리고 오라 그렇지 않으면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삼 3:13)

그리하여 미갈은 다시 다윗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미갈에게는 이미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또 다른 남편 발디가 있었다. 발디에 관하여는 미갈이 떠나자 울면서 바후람까지 쫓아왔다는 기록을 통해 그가 미갈을 매우 사랑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인 왕이요, 정당한 미갈의 남편인 다윗 앞에서 그는 어쩔 도리가 없이 돌아가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윗이 원하던 하나님의 언약궤가 도착하고, 다윗은 열렬히 춤을 추게 된다. 그런 춤추는 모습을 본 미갈은 못마땅한 다윗을 향해 왕의 체면도 구기는 못된 왕이라는 비판을 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평생 애를 못낳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도 열렬히 사랑하였고, 아버지보다 다윗을 선택하였지만 이 로맨스는 끝내 끝까지 아름답게 가지는 못한다.

다윗과 미갈 | 남편의 흉을 보는 미갈

언약궤 앞에서 춤추는 다윗 (Francesco Salviati,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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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1.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