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으로 유명한 다윗. 과연 다윗은 용맹한 인물이었는가?
다윗에 대한 설명을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그의 용맹함이다. 방대한 성경의 내용 속에서 다윗만큼 일대기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인물도 드물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 일화로 일약 스타로 등극한 다윗은 진정 용맹한 인물이었을까? 성경의 여러 내용을 살펴보면, 다윗과 골리앗 일화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다윗, 그는 어떤 인물이었으며 성경은 그에 대해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가?
성경은 다윗에 대해 본래 양을 치는 자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흔히 양치기라고 하면 사람들은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연상하게 마련이다. 심지어 그 유명한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서는 양치기 소년이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니 이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니겠는가? 그러나 다윗이 감당해야 했던 고대의 양치기는 과연 그렇게 편안하고 즐거운 직업이었을까?
우리의 상상과 달리 양치기는 매우 힘들고 심지어 목숨마저 위태로운 직업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고대의 경우 양치기는 보통 양 주인이 소유한 ‘노예’인 경우가 많았고 근대에도 상당히 생활이 편하지 않은 어려운 직업군에 속한다. 양들을 데리고 산과 언덕을 수시로 오르내려야 하는 일은 양치기들에게 매우 많은 운동량이 필요했고 산과 들에는 양을 노리는 늑대들이 즐비하여 언제 양을 덮치려 들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양은 상당한 자산 가치가 있어 심지어 산적들마저도 양을 노렸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양들을 혼자서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다윗이 상대적으로 천시받는 양치기였다는 것은 다윗의 가족관계에 있어서 의문을 제기하게 한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윗과 아버지 이새가 지방의 유지이며 상당한 재력가임에도 불구하고 농사일도 아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양치기를 시켰다는 점, 사무엘이 아들들을 모두 부르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윗을 부르지 않았던 점을 들어 다윗이 그의 가족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천시받지 않았을까 추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어떤 학자들은 전통적인 유목, 농경사회에서 성년을 치르지 않은 소년의 처우는 원래 낮았음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워낙 어렵고 험한 일이라 당시로서도 천대받던 양치기를 다윗은 어린 나이부터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그의 남달랐던 용맹함을 엿볼 수 있다. 이는 그가 그 유명한 장수 골리앗을 쓰러뜨리고자 했을 때, 사울 왕에게 했던 말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울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가 가서 저 블레셋 사람과 싸우기에 능치 못하리니 너는 소년이요 그는 어려서부터 용사임이니라 다윗이 사울에게 고하되 주의 종이 아비의 양을 지킬 때에 사자나 곰이 와서 양떼에서 새끼를 움키면 내가 따라가서 그것을 치고 그 입에서 새끼를 건져내었고 그것이 일어나 나를 해하고자 하면 내가 그 수염을 잡고 그것을 쳐 죽였었나이다 주의 종이 사자와 곰도 쳤은즉 사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한 이 할례 없는 블레셋 사람이리이까 그가 그 짐승의 하나와 같이 되리이다…”(삼상 17:33 ~ 36)
아직 어린 소년이 사자나 곰과 같은 맹수와 직접 대면하여 겁을 먹거나 도망가기는 커녕 그 수염을 잡고 심지어 쳐서 죽이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실로 놀랍지 않은가? 이러한 성경의 기록은, 다윗의 용맹함이 범인의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인간의 두려움을 넘다 – 골리앗과의 전투
이와 같은 다윗의 용맹함은 블레셋의 유명한 장수 골리앗과의 싸움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세상에 모든 크고 작은 싸움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말이 일상화 되었을까? 다윗과 골리앗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자.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 생활을 하던 그 때에 블레셋도 거의 동시대(BC 약1200년경)에 지중해로부터 배를 타고 가나안으로 이주했다. 이후 사사시대를 비롯하여 사울과 및 다윗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에 가장 큰 위협적인 존재는 블레셋(Philistines)이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도 청동기 시대에 머물러 있었던 이스라엘과 달리 블레셋은 이미 철기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그들보다 물질 문명의 면에서 한 단계 앞서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번번히 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결정적인 요인은 무기에 있었다. 골리앗은 그러한 블레셋의 장수로써 거인이었으며 어려서부터 전투를 위하여 훈련을 받았다. 그의 온몸은 갑옷과 투구로 무장하였다. 성경은 그의 무기에 대하여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에 관한 성경의 기록을 살펴보자
“블레셋 사람의 진에서 싸움을 돋우는 자가 왔는데 그 이름은 골리앗이요 가드 사람이라 그 신장은 여섯 규빗 한뼘이요 머리에는 놋투구를 썼고 몸에는 어린갑을 입었으니 그 갑옷의 중수가 놋 오천 세겔이며 그 다리에는 놋경갑을 쳤고 어깨 사이에는 놋단창을 메었으니 그 창자루는 베틀 채 같고 창날은 철 육백 세겔이며 방패 든 자는 앞서 행하더라.(삼상 17: 4~7)
위의 기록을 참고하면 골리앗의 키는 대략 2.97m 그의 몸을 덮었던 놋으로 만든 갑옷은 무게가 무려 오 천 세겔(196Kg), 그리고 그가 들었던 창 날의 무게만 무려 육백 세겔(23.5kg)의 어마어마한 거인이자 무장된 장수임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장수에 무기와 갑옷마저 갖춘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은 이스라엘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내로라 하는 장수들마저도 나서지 못하던 그 때에 다윗은 무장조차 하지 않은 채로 골리앗과의 전투에 나서게 된다. 골리앗과 대면해서는 또 어떠한가? 다윗은 겁을 먹기는커녕 여호와께서 너를 내 손에 붙였으니 내가 너를 쳐서 네 머리를 베어버리겠다고 호기롭게 외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 말대로 다윗이 물매로 던진 돌에 골리앗이 죽게 되면서 이날의 승리는 이스라엘에게 돌아가게 된다.
다윗의 물매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현대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돌을 던져서 골리앗을 죽였다고 하면 어딘가 허술하고 전혀 무기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야수로부터, 혹은 적군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물매를 사용하는 것이 전혀 낯선 일만은 아니었다. 애굽, 앗수르, 그리스, 로마에서도 투석대를 동원했던 내용들은 성경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베냐민 자손들은 물매 던지는 기술이 특히나 뛰어났다고 기록되어 있다.(왕하 3:25, 대하 26:14 삿 20:16 참조) 그러므로 당시 물매는 무기로도 쓰였으므로 다윗이 물매를 이용하여 골리앗을 쓰러뜨릴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갑작스럽거나 무리한 일은 아니었다. 또한 다윗이 돌로 골리앗을 친 것은 다음과 같은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여호와의 이름을 훼방하면 그를 반드시 죽일지니 온 회중이 돌로 그를 칠 것이라. 외국인이든지 본토인이든지 여호와의 이름을 훼방하면 그를 죽일지니라.”(레 24:16)
위의 성경 구절을 생각해 볼 때, 다윗이 돌을 무기로 선택한 것은 하나님을 훼방하는 골리앗에게 율법적으로도 심판하는 참으로 절묘한 선택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다윗의 지략 – 예루살렘 공성전
골리앗과의 싸움 뿐 아니라 전쟁 중에서도 우리는 그의 용맹함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윗의 용맹함은 그를 뒷받침하는 재치와 지혜가 있어 더욱 빛을 발한다. 즉 다윗은 무조건 용감하고 전투적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주변의 지형을 살피고 이용하여 지혜롭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략까지 갖추었던 것이다. 예루살렘 공성전(당시는 여부스 성)의 사건을 살펴보자.
이스라엘은 가나안에 입성한 여호수아 이후 약 400년이 지나도록 가나안의 핵심 예루살렘만은 점령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루살렘은 당시 여부스 족이 차지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다윗이 예루살렘을 정복하려 하자 여부스 족은 예루살렘의 보초를 눈이 안 보이는 자들과 다리 저는 자로 바꾸겠다고 비웃는다. 이는 여부스 족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만큼 예루살렘은 두터운 성벽과 도시 주위의 가파른 언덕 때문에 정복하기가 매우 어려운 천연의 요새였다. 그들의 예상대로 예루살렘을 성을 상대로 공격을 하려 했다면 그것은 무척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무리하게 예루살렘을 공격하지 않고 측근 600여 명만을 데리고 기혼샘에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물의 통로인 수구를 통해 예루살렘으로 너무나도 쉽게 들어가 성문을 연다. 공성전을 피하고 오히려 예루살렘의 급소를 치는 대담하고도 치밀한 작전으로 인해 예루살렘은 하루아침에 정복 당하고 후로는 ‘다윗 성’으로 불리게 된다. 예루살렘은 본디 베냐민 지파에게 분배되었으나 이처럼 다윗이 정복한 후 이 도시를 수도로 삼게 된다.
다윗의 이러한 대담한 면모는 사울 왕과의 전투 중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친구 아비새와 함께 사울과 그의 군사 3,000명이 있는 진영으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잠들어 있는 사울왕과 그를 지켜야 함에도 잠들어있는 아브넬과 그의 군사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을 끈질기게 죽이려한 대적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는 사울 왕을 죽이지 않고 단지 창과 물병만을 가지고 막사를 나온다. 그리고는 산으로 올라가 큰 소리로 사울의 잠든 병사들을 깨우면서 자신이 이미 사울의 막사에서 나왔음을 알리고 그들을 조롱한다.
그의 담대함과 용맹의 근거 – 하나님
이처럼 다윗은 용맹하고도 지혜로우며 담대한 지략가이자 위대한 장수였다. 그러나 한가지 우리가 다윗의 용맹함을 생각할 때에 주목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다윗의 용맹함은 하나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부터 기인했다는 것이다 다시 골리앗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길 것을 자신하며 사울 왕에게 했던 말들을 살펴보자. 다윗은 자신은 양치기 시절에 맹수들과 대적해서도 양을 지켰노라고 자신의 용맹함을 드러내는 한편 그것은 모두 하나님께서 자신을 보호해 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사자와 곰의 입 속에서도 건지신 그 하나님이 블레셋 장수로부터도 자신을 지켜주실 것임을 확신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윗의 용맹함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주의 종이 사자와 곰도 쳤은즉 사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한 이 할례 없는 블레셋 사람이리이까 그가 그 짐승의 하나와 같이 되리이다 또 가로되 여호와께서 나를 사자의 발톱과 곰의 발톱에서 건져내셨은즉 나를 이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도 건져 내시리이다 사울이 다윗에게 이르되 가라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를 원하노라” (삼상 17:36~37)
다윗이 골리앗과 대면했을 때, 공격하기 전 골리앗에게 했던 말은 또 어떠한가?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가노라 오늘 여호와께서 너를 내 손에 붙이시리니 내가 너를 쳐서 네 머리를 베고 블레셋 군대의 시체로 오늘날 공중의 새와 땅의 들짐승에게 주어 온 땅으로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계신 줄 알게 하겠고 또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함을 이 무리로 알게 하리라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붙이시리라” (삼상 17:45~47)
이 뿐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죽이고자 괴롭혔던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2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옷자락만 베거나 그의 창과 물병만 가지고 나옴으로써 자신은 사울을 죽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던 모습에서도 그가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서(심지어 자신의 생사가 좌지우지 되는 중요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었는가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윗은그토록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끝내 사울 왕을 죽이지 않아 매우 실망하고 있는 자신의 병사들에게 이렇게 답한다.
“내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내 주를 치는 것은 여호와께서 금하시는 것이니 그는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됨이니라” (삼상 24:6)
한편, 다윗은 그 자신 뿐 아니라 수하들 또한 용맹하였다. 다윗의 용사들 중 엘르아살은 이스라엘이 다 도망한 후 혼자서 블레셋을 대적했는데 심지어 손에 칼이 붙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아디노는 혼자서 800명을 살륙했다고 한다.(삼상 23:8) 또한 야소브암은 한꺼번에 적군 300명을 죽였다는 기록도 있고 다윗이 베들레헴의 우물물을 먹고 싶어하자 단 세 명이서(아비새와 브나야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용사로 알려져 있다.) 다윗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적진으로 들어가 우물물을 길어온 적도 있었다고 하니 그들의 충성심과 용맹함을 충분히 알 만하다. 다윗은 이러한 신하들의 마음에 감동을 받아 우물물을 마시지 않고 하나님께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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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 관련 강의에 관심이 있다면 보자. 다윗과 골리앗 관련 내용을 강의하는데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신앙적인 모습으로 보기 보다는 성경과 신앙을 과학적으로 풀어 보려는 흥미로운 시도이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면,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서 다윗의 신앙심과 용기를 폄하하는 듯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으니, 한번 들어봐도 좋겠다.
참고:
- The David Myth in Western Literature, Purdue University Press, p. 57.
- Reconsidering the Height of Goliath, J. Daniel Hays
- 다윗이 던진 돌, 허대혁
- 성경과 고대정치 2, 조병호
- 대한성서공회